1 이젠 정말 농사 안지으시겠다더니, 또 속고 말았다! "내년엔 농사 안 지을란다. 인자는 못하것다!" 다행이다. 올해는 정말 농사를 안하려나보다, 생각하며 아쉽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했었다. 해마다 봄부터 여름, 가을걷이가 끝날 때까지 밤낮 들에 나가서 땀 흘리다 보면 괜히 시작했나보다 싶은 생각이 들고, 체력에 미치지 못하게 너무 많이 벌려놨나 싶은지 가끔 부모님 집에 전화라도 하거나 찾아가기라도 하면 '인자 못하것다, 내년엔 진짜 농사 안 할란다'고 말씀하셔서,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정말 몸 생각 좀 해서 그만두던지 줄이든지 하라고 간곡하게 말하지만, 해마다 다시 또 하고 또 하는 것을 보아왔다. ▲ 어머니의 성소... 기름진 땅...어머니의 밭에는 지금...감자도 땅 속 깊이 송알송알 음표처..
1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시장통 작은 분식점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였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그치기는 커녕 빗발이 점점 더 굵어지자, 어머니는 서둘러 가게를 정리한 뒤 큰길로 나와 우산 두 개를 샀습니다. 그 길로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 앞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학원 문을 열려다 말고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습니다.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 앞치마엔 밀가루 반죽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 어머니는 건물 아래층에서 학원이 파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서성대던 어머니가 문득 3층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