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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보다 한국 양궁 대표로 선발되는게 더 어렵다고 합니다.
모든 양궁경기에 있어 독식을 해버리는 대한민국 양궁.
그들은 이것을 거져 얻었을까요??
세계 최강 한국 양궁. 전략과 땀의 결정판.

 

어떠한 철학으로 임하여 세계최강이 이루어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대한양궁협회의 전무이사, 세계양궁연맹 발전위원회 위원이신 서거원 전무님의 말을 빌려볼께요~!


저는 양궁 지도자들에게 다음의 5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는 최소한 1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고 국내외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통찰력입니다.
일례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후 양궁 지도자들에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경기방식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다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수백 가지 답이 나왔는데 그것들을 압축해보니 결국 네 가지 정도로 정리됐습니다.




양궁 대표선수단은 이 네 가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훈련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베이징올림픽 8개월을 앞둔 지난해 12월 세계양궁연맹에서 베이징올림픽 경기방식을 발표했는데, 우리가 예측했던 네 가지가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습니다.


외국선수들은 8개월 동안 바뀐 경기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 하지만, 우리는 4년 전부터 베이징올림픽의 경기방식을 준비해온 것입니다.
바로 이런 통찰력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창의력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양궁 훈련과 관련된 좋은 소재들이 널려 있습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만 바꾸면 좋은 훈련 소재가 되는 겁니다.
우리가 반드시 따라 배우자고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두바이의 최고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입니다.




대한양궁협회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늘 이 얘기로 시작합니다.
보세요, 지금 두바이가 어떻게 변했습니까?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25%가 두바이에 있다고 합니다.
VVIP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7성급 호텔을 최초로 만들고, 버즈 두바이에 800m 초고층 건물을 세우고, 팜아일랜드에 인공섬을 만들고, 하이드로폴리스라는 수중 호텔도 짓고... 셰이크 모하메드가 말했습니다.
“기획과 전략의 원천은 상상력과 창의력”이라고.

이 상상력과 창의력은 곧 생산력이자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입니다.


우리 양궁도 끊임없이 새로운 훈련방식을 개발해내려 합니다.
다른 종목에선 “양궁은 이벤트 훈련을 많이 한다”고들 말하지만 결코 이벤트가 아닙니다.
결정적 순간에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정신훈련, 팀워크 훈련 등 훈련방법마다 다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훈련방법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상상력, 창의력입니다.


셋째는 글로벌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언어입니다.
영어는 기본이고 제2, 3 외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경기방식이 왜 자꾸 한국양궁에 불리하게 바뀌는 걸까요.
세계양궁연맹 집행위원이 33명인데, 주로 유럽 출신입니다.

이들이 경기방식을 바꾸다 보니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한양궁협회도 10여 년 전부터 어학연수를 1년에 두세 명씩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글로벌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하게 됐거든요.

이 대회 이후 집행위원 선임투표가 있는데, 이때 한국 양궁 지도자들을 집행위원회에 넣을 계획입니다.


넷째는 조직생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즉 엄격한 도덕성, 신뢰, 성실성입니다.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변화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 역량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인간 한계를 넘나드는 극한상황을 경험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지도자의 리더십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리더십은 어디서 나올까요?
제가 20년 넘게 선수들을 지도해보니 첫째는 인격, 둘째는 실력, 셋째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헌신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의 3대 키워드입니다.


40여 년 전 양궁이 국내에 도입되던 당시의 100대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2개뿐입니다.
나머지 88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무한경쟁 시대에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능력을 어떻게 극대화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점은 각자의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도 바로 열정입니다.

열정 없이는 어떤 위대한 비전, 거대한 꿈도 잉태될 수 없습니다.


연습은??


어머니가 열 달 산고(産苦)를 거쳐 아이를 낳듯,

우리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도 열 달간 열 번의 대회를 치러 선발됩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자격은 2007년 남녀 랭킹 100위까지에게만 주어집니다.
그런데 이 100등 안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무척 치열합니다.



보통 한 달에 한두 번씩 전국대회가 열리는데, 여기서 2주일만 훈련을 소홀히 해도 바로 100등 밖으로 밀립니다. 국내에서 남녀 랭킹 80등 정도 하면 세계 랭킹 5위 안에 듭니다. 이런 선수들이 100명씩 모여 열 달간 열 번의 대회를 치르는 겁니다.


그 열 번의 대회가 똑같은 방식으로 치러지는 것도 아닙니다.
1차전은 체력이 좋은 선수가 기록이 잘 나오도록 대회 방식을 만들어놨습니다.
2차전은 정신력이 뛰어난 선수를 가려내기 위한 방식입니다.


11월 강원도에서 대회를 치르는데, 선수들은 닷새간 얇은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밖에서 경기를 합니다. 11월의 강원도는 춥습니다. 비라도 오면 손가락이 곱아 감각조차 없어집니다. 한마디로 정신력 싸움인 겁니다.


3차전은 담력, 4차전은 집중력, 5차전은 근성, 6차전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 이런 식으로 대회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치릅니다.
7차전은 최종 8명에서 4명이 남는 대회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한 발 한 발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를 잘 극복하는 선수가 좋은 점수를 받도록 경기방식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7차전이 끝나면 100명에서 남녀 각 4명이 남습니다.
이 선수들이 국내 대회 한 번, 국제대회 두 번을 더 치릅니다.
국내 대회에서는 잘하는데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헤매는 선수가 있거든요. 그렇게 나머지 한 명을 걸러내면 최종적으로 남녀 각 3명이 올림픽 대표선수가 됩니다.


그런데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뛰어난 선수를 어떻게 뽑는지 궁금하시죠? 간단합니다.
7월에 대회를 치르는데, 먼저 기상청에 문의해 태풍이 올라오는 날짜를 뽑아달라고 요청합니다.
그 자료를 통해 태풍이 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날짜를 넣어 일정을 잡습니다. 그럼 대회가 열리는 닷새간 무조건 하루는 걸리게 돼 있거든요



양궁팀이 공수특전단에서 훈련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아실 겁니다.
한 달 전엔 북파공작원이 훈련했던 HID에 다녀왔습니다. 그런 곳에 가면 여자선수들은 기절 직전까지 갑니다. 남자선수들도 팬티에 오줌을 쌀 정도니까요.


올림픽 한두 달 전에는 경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선수가 많습니다.
그럼 우리는 선수들을 서부 최전선 부대에 데려갑니다.
군복 입고 철모 쓰고 실탄 지급받고 GOP로 들어가 경계근무를 서게 되죠.
이걸 왜 하느냐. 밤새 자기성찰 시간을 가지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단순화하자는 의도입니다.
그래서 이 훈련을 하고 나면 정말 머릿속이 단순해집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잠도 잘 자거든요. 그러다 또 생각이 복잡해지면 다시 집어넣습니다


그런데 지도자들은 뒷전에서 놀며 “야, 너희들 갔다와” 이러면 선수들이 제대로 하겠습니까? 지도자들도 똑같이 군복 갈아입고 들어갑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양궁 훈련들은 지도자가 먼저 시범을 보이거나 함께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우리가 자주 하는 훈련 중에 천호대교에서 63빌딩까지 걸어가는 게 있습니다.
약 26km 거리입니다. 가장 추운 1월 중순, 밤 12시 반에 출발해 최대 속보로 가면 보통은 아침 7시경 63빌딩에 도착합니다.



지난해 12월20일에는 제주도에 갔습니다.
밤 9시에 앞뒤 사람 간격을 1km로 두고 출발해 1100도로를 거쳐 중문, 서귀포로 해서 표선까지 걸었습니다. 11시간 걸렸습니다. 표선에 도착해 오전 11시경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선수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키는데, 이게 실은 선수들 잠 못 자게 괴롭히는 겁니다.

밤새 걸었기 때문에 차에 태우면 얼마나 잠이 오겠습니까? 잠이 들 만하면 "하차!", 찬바람 맞고 잠 다 깨면 5분쯤 뒤에 "승차!" 이렇게 온종일 계속하면 남자든 여자든 반은 미쳐버립니다.


그런데 선수들이 왜 화를 못 내는지 아십니까?
지도자든 감독이든 자기들과 똑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감독이 자기는 잠자면서 선수들에겐 "야, 내렸다 타" 이랬다면 쿠데타가 나도 몇 번은 났을 겁니다.
똑같이 하니까 화도 못 내고, 자신에 대한 울분만 풀어내는 겁니다. 그렇게 돌다가 22일 새벽 4시에 다시 표선에 도착했습니다.
30분간 밤참 먹고, 새벽 4시40분부터 다시 걸었습니다. 앞뒤 사람 1km 간격으로 세워 한라산 정상까지 갔습니다.



우리 민족을 동이족(東夷族)이라 합니다.
동쪽의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뜻입니다.
한국 양궁의 성공이 과연 타고난 기질 덕분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양궁의 성공은 뼈를 깎는 노력과 치밀한 전략의 결과입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가장 조화로운 분위기에서 최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서로 강점을 인정하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성취를 이뤄가는 것이 함께 성장하고 승리하는 윈-윈 파트너십입니다.
바로 이런 동반자 정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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