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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을 발견하면 혼자만 알고 있으려고 숨기고 쉬쉬하고, 맛있는게 있으면 아껴두었다가 몰래 먹으려는 못된 놀부 심보. 하지만 때로는 숨겨놓은 꿀단지를 자랑하고 싶은 또다른 심보가 있어 이 아름다운 목장은 꼭 자랑해야겠다.
서울에서 전철로 30분+버스로 10분을 달리면 만나는 고양시 원당동에 위치한 원당종마목장은 영화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드넓은 초원, 그리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이 있어 이국적인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딱 한발짝 만큼 벗어난 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목장을 만날 줄 누가 알았던가. 지금부터 원당종마목장으로 떠나 '이토록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보자.
11만 여평에 이르는 넓은 초지,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색 울타리, 언덕 위의 소나무, 푸른 하늘, 맑은 공기, 그 곳에서 뛰노는 말들. 이들이 원당종마목장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이다.
목장을 걷노라면 분위기에 휩쓸린다고나 할까?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에 덩달아 몸도 마음도 너그러워지고 신이난다. 이제는 푸른 풀들까지 자라기 시작해 4~5월쯤 되면 더 멋진 초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나저나 왜 수도권에 말 목장이 있는거지?
이제 조금씩 푸르른 풀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마치 카메라를 의식한 듯 뚫어지게 쳐다본다.
원당에 목장을 가지고 있던 마사회가 97년부터 말에 대한 홍보를 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목장의 일부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일년 내내 무료개방을 하는데다가 영화, 드라마, CF의 촬영지로 유명해져 주말이면 한가롭던 목장도 북적북적해진다.
하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서 주차시설, 화장실, 매점과 같은 편의시설이 좋지 않다. 주차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주말이면 아름다운 가로수 길도 주차장이 되어 버리고 고요했던 오솔길도 시끄러워진다.
단순히 이곳을 찾기 위해서 간다면 주말도 좋겠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평일에 갈 것을 추천한다.
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언덕 위의 나무 한그루가 멋진 오솔길
목장에서는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지요. 맑은 공기로 숨을 쉬고, 오솔길을 따라 걷고, 초원과 하늘을 바라보고 말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목장길은 중년부부에게는 고요한 산책길,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에게는 자연을 체험하는 나들이, 연인에게는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가 된다.
어쩌면 누군가는 울타리 길을 따라 쭉 걸어서 왔다갔다, 말 몇 마리 휙 보는데 20분이면 빙~ 돌아나올 수 있다며 툴툴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각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몇시간을 걸어도 지겹지 않았고 그 분위기를 마음과 눈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언덕 위의 벤치에서는 아름다운 목장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만 보고 제주도의 목장처럼 드넓은 초지 위에 수십 마리의 말들이 뛰노는 광경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보통 10마리 내외의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잠을 자는게 전부다.
며칠전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11마리의 말들이 3개의 울타리 안에서 뛰놀고 있었다. 더 많은 말들이 이곳에 살고 있지만 화려한 경력의 경주마들은 거칠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넓은 초원을 통째로 차지한 행복한 말들
한가지 더 이 목장이 즐거운 이유는 아름답고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기에 담기만 해도 예술이다. 사진을 멋지게 찍는 그도 멋지고, 카메라 안에 담기는 풍경도 멋지다. 천사들의 합창의 뚱땡이 아루아처럼 '아~너무 낭만적이야~'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릴적 동물원에서 보았던 말들을 가까이서 보니 새삼 신기하다. 말의 눈코입과 갈기, 다리 근육까지, 심지어 눈을 감고 왼쪽 뒷다리를 살짝 굽힌채 서서 자는 모습마저도 신기하다.
코가 가려운지 울타리에 자꾸 코를 긁어댄다.
어색한 자세로 함께 모여 졸고 있는 말들
말이 달릴 때는 너무 무서워 보이던데 말의 눈은 참 착하다. 착한 눈의 말들은 자는 모습도 착하다. 따뜻한 햇살 아래 졸고 있는 말들을 카메라에 담다 보니 덩달아 졸립다.
말의 코와 입 주위를 보니 낙타와 참 많이 닮았다. 그 모습을 찍고 싶어 풀을 주었는데 마른 잔디를 참 잘도 받아 먹는다.
울타리를 마다 '말이 사나워 물거나 뒷발로 찰 수 있습니다'라는 주의가 붙어 있어 내심 걱정했는데 말도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알아보는지 열심히 먹어주어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풀을 받아먹는 말
카메라가 좋은지 자꾸만 다가와 괜시리 정이 들었다.
입장료: 무료 가는방법: 지하철 3호선 삼송역 하차, 5번 출구앞 1번 마을버스 승차. 개방일: 월, 화요일 제외하고 연중개방 |
푸른 초원에 볼거리가 부족했다면 목장으로 올라가는 길 왼쪽으로 고양시 최대규모의 농장인 허브랜드가 있다. 허브랜드는 허브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10년 전부터 운영해 온 곳으로 농장 내에 허브용품 샵이 있으며 허브를 실제 식물로 접할 수 있다.
온실 속으로 들어서자마자 푸르른 허브와 형형색색의 꽃에 눈이 즐겁고 향기로운 내음에 코가 즐겁다. 특히 손으로 허브를 만지면 손끝으로 전해지는 향기가 무척이나 좋다.
아직 푸르지 않은 목장의 초원이 겨울의 느낌이 이었다면 허브랜드는 완연한 봄이다.
허브랜드에는 허브이외에도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카나리아 새장 사이로 보이는 농장이 아름답다.
허브마다 허브의 이름, 가격,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다.
아름다운 꽃 주위에는 벌들이 제법 많이 날라다닌다.
천원으로 봄을 사세요~
농장이면서 동시에 식물원이 되어 버린 이곳, 허브에 대한 종업원들의 친절한 설명과 서울의 꽃집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해 봄을 위한 쇼핑을 해도 좋을 듯하다.
종마목장 입구에 나란히 위치한 서삼릉은 희릉, 효릉, 예릉의 3개의 능이 서울의 서쪽에 있다고 붙혀진 이름이다. 희릉은 조선 제11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의 능, 효릉은 조선 제 12대 인종과 그의 비 인성왕후 박씨의 능, 그리고 예릉은 조선 제 25대 철종과 그의 비 철인왕후 김씨의 능이다.
이 삼릉 이외에도 역대 3세자의 묘인 의령원(사도세자의 장자인 의소세손), 효창원(정조의 장자인 문효 세자), 소경원(인조의 장자인 소현세자)이 있고, 역대의 후궁, 왕자, 공주, 옹주등의 묘 51 기와 역대 왕의 태가 안장되어 있는 태실이 있다.
하지만 공개되는 것은 희릉, 예릉, 의령원, 효창원에 불과하고 묘터가 너무 높아 실제 무덤은 볼수조차 없다. 그마저 편의 시설 및 관리가 소홀하여, 조선의 왕과 왕후에게는 굉장히 죄송스런 말이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다만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산책을 하거나 어린아이들과 역사적인 공부를 위해 잠시 들리기에는 좋은 곳이다.
묘터가 너무 높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서삼릉 내의 오솔길, 예릉 앞의 정자각
입장료: 대인1,000원, 소인 500원 개방일: 월요일 제외하고 연중개방 |
종마목장과 허브랜드, 서삼릉까지 둘러보았다면 배가 무지 배가 고파진다. 하지만 좀 더 걸어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 허브랜드 정문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삼능 보리밥집은 실내뿐만아니라 명함에까지 잘먹고 잘사는 법에 출연했다고 자랑하는 곳이다.
원당에서 꽤 잘나가는 밥집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야채는 텃밭에서 모두 직접 재배해 사용한다고 한다. 눈썰미 있는 사람은 가게로 가는 길에 '서삼릉 보리밥의 텃밭'이라고 현수막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맛깔스럽고 건강한 보리밥 나물
옛날 보리밥
된장찌개, 조껍데기 술
주위에 음식점이 많이 없기도 하지만 방송매체에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일까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종업원들이 대체로 불친절한 편이다. 음식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건지, 인기가 좋아 콧대가 높아진건지 모르겠지만 상위에 음식을 제대로 올려놓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릇을 대충 던져 놓고 가는 식이다.
자극적인 조미료에 익숙해 있던터라 처음에는 자극적이지 않은 맛에 조금은 어색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보리밥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가 진짜 맛있다.
메뉴: 보리밥 (6,000원), 우거지 수제비 (10,000원), 문의: 031.968.56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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