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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특집::



한밤중에

구름,들,꽃,돌,여인

세월이 가듯

섬소년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때 통기타를 처음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블이었던 '이정선 기타교실'의 저자로 더 유명한 이정선은 창작 음악활동에서 오랜동안 비켜져 있었다. 이번 음반도 무려 9년만에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보이지 않는 큰 기둥이었다. 김민기와 비슷한 시기에 모던포크로 주목을 받았고 이광조 등과 함께 '해바라기' 활동을 했으며 신촌블루스의 오리지널 멤버였다. 김현식을 키우고 한영애를 만든 것도 그였으며 '외로운 사람들','같은 하늘 아래','섬소년' 등의 곡은 대중적으로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Hand made' 음반은 무척 정직한 음반이다.
기계화 시대에 오히려 수제품(手製品)이 명품으로 각광받듯이 컴퓨터가 배제된 순수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가히 명품이라 칭할만 하겠다. 물론 수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명품은 아닐 것이다. 만들어 내는 장인의 능숙한 손놀림에 의해서 명품은 탄생하는 것이다.
관록의 기타맨답게 모든 기타 연주는 이정선이 도맡아서 했다.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록 중심으로 구현된 블루스 사운드는 이번 앨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다. 오버더빙을 통한 다양한 기타의 테크닉이 오가면서 부드러운 이정선 특유의 목소리에 담긴 멜로디 라인이 방해되지 않는 점 또한 이번 앨범의 큰 특징이다. 여기에 기타의 백그라운드를 받쳐주는 한충완과 김광민의 오르간(혹은 피아노) 소리도 이 앨범의 중요한 포인트 중하나이다. 이 경험많은 장인들의 연주는 절묘하게 어레인지되어 옛것에 대한 정겨움과 함께 블루스 특유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첫곡 '살다보면 언젠가는'은 그 연륜과 편안함이 제대로 묻어나는 곡이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 밑으로 깔리는 하몬드 오르간의 연주는 튀지 않으면서 풍성한 느낌이 일품이다. 그리고 여성 코러스가 잔잔하게 깔리는 '너의 이름'은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곡으로 보여진다. 재즈와 블루스의 감성이 골고루 배어있는 이 곡은 이정선식 발라드의 계보를 이을만한 훌륭한 멜로디라인이 매력적이다. '난 오늘'은 초기 포크의 경향이 두드러지며 '비속에 서있는 여자'와 '아픔'에서는 80년대 블루스 스타일이 진하게 배어져 있다. 특히 '빗속에 서있는 여자' 80년대 명혜원과 신촌블루스의 정서용이 불렀던 대표적인 여성 블루스 곡인데 이정선에 맞게 재편곡해서 불러도 그 느낌은 여전히 좋았다.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가야금 산조 '성금연류'도 놓치면 안 될 곡이다. 가야금과 어쿠스틱 기타로 일궈낸 산조는 거의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이 앨범을 장르적으로 구분한다면 블루스를 기초로한 발라드 정도로 범주화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장르적 구분이나 음악의 특징으로 이정선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음반에 담긴 모든 것은 이정선식 스타일이고 또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편안함이기 때문이다.

'핸드메이드'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어쿠스틱으로만 꾸려진 이번 음반은 굉장히 구닥다리로 여겨질 수도 있다. 9년만에 재개한 창작활동으로 인해 이정선이라는 이름 석자도 대중들에게 그리 익숙한 이름도 아니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원숙미를 지닌 대중음악계의 흔치 않는 거장임에는 분명한 사실이고 우리는 그가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그가 일궈논 80년대의 기반이 없었던들 엄청나게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의 대중음악은 존재할수 없기 때문이다. 값비싼 양복의 소매에 븥어있는 '핸드메이드'라는 태그를 달고 다니듯, 이정선의 이번 음반의 타이틀 '핸드메이드'는 품격있는 음반이란 상징으로 되기에 절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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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1집 (지구,1974)

이정선의 1집은 자율적이든 타율적이든 시장에서의 판매가 금지 되었었다.
처음에는 "거리" 뿐만 아니라 9곡이 '심의불가'를 통고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소량이 발매되기는 했지만
방송을 전혀 탈 수 없어 결국은
시장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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