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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 정서용



회색 빌딩 넘어로 황혼이 물들어 오면
흔적도 없는 그리움이 스며드네
빗물처럼 이렇게 외로움에 젖네

바람도 없는 밤길을 나홀로 거닐을 때면
잊혀진듯한 모습들이 떠오르네 불현듯이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난다

*Repeat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난다
이렇게 또 외로움에 젖네



" 황혼 " (정서용) 03:53 - [1988]신촌블루스 2집 -




우리 대중가요에서 예나 지금이나 블루스라는 음악은 많이 낯선 이야기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고 댄스 아이돌 가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사이에 이 장르의 입지는 그나마 있던 것마저도 좁아졌다. 1992년 나온 신촌블루스의 4집 앨범, 김목경 등 여타 블루스 아티스트들에 대한 냉담한 반응만 봐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불씨를 꺼서는 안 될 의무감에 당착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뛰어났던 흔적들이 과거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기한 신촌블루스를 잊을 수 없다. 특히 1980년대 후반을 수놓은 그들의 작품들을 되돌아보면 감히 '한국 블루스'의 매력을 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블루스를 사랑하는 모임으로서, 블루스로 뭉친 프로젝트로서 이들은 서구의 것인 '블루스의 한국적 전이(轉移)'를 지금의 기준에서도 출중한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대들보인 기타리스트 엄인호와 이정선은 고사하더라도 한영애, 정서용, 김현식, 정경화, 이은미 등 이 그룹을 거쳐 간 인물들은 모두가 저마다 강렬한 궤적을 남겼다. 이들의 꾸준한 활약은 근 14년이 되도록 정규 작품을 내놓지 않는 이 그룹의 명성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1986년, 엄인호와 이정선, 한영애, 이광조 등이 모여 진수한 신촌블루스는 서울의 당시 음악적 메카인 신촌 등지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치며 이름을 알려나간다. 이윽고 1988년 첫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는 그들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히트곡 '그대 없는 거리'와 '아쉬움' 외에도 박인수의 절창이 극명한 '봄비'와 이광조, 남궁옥분, 이수영의 목소리로도 익숙한 '오늘 같은 밤' 등, 1집은 블루스의 기본 성격에 충실한 수작으로 남는다.

여기서 생긴 탄력은 이듬해의 2집 발매로 이어진다. 한영애를 대신해 공연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던 김현식이 참가하고 음악 스타일에 다변화 바람이 이는 등 두 번째 앨범은 처음의 그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중성을 고려한 화려함 뒤에 블루스를 고집하려는 묵직함, 결국 이와 같은 치열함이 또 하나의 '명품'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그 중 정서용이 부른 '황혼'은 그런 묵직함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산울림 9집(1983)에 담긴 원곡과 같이 듣자면, 김창완의 보컬은 힘의 절제, 그녀의 것은 힘의 충용이다. 외로운 여심을 노래한 '빗속에 서있는 여자'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녀의 가창에는 고저와 강약을 부드럽게 주무르는 능숙함이 묻어나있다.

정서용과 함께 김현식 또한 최고의 기량을 뽐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참여한 3곡만으로도 그의 노래 솜씨 전부를 가늠할 수가 있다. 퍼커션 연주가 일품인 레게의 전형 '골목길'과 브라스 선율이 넘실대는 신나는 '환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의 보컬 애드리브는 가히 국보급이다. '골목길'은 오랫동안 라디오 전파를 수놓았다. 전작에 삽입됐던 '바람인가'와 이문세 3집(1985)에 우선 소개되었던 이영훈의 곡 '빗속에서'가 결합된 블루스 메들리 '바람인가, 빗속에서' 역시 김현식의 광기 어린 절규가 곡의 반 이상을 지배한다.

한편 팀의 리더인 두 사람(엄인호, 이정선)은 개성 있는 기타 연주로 앨범 전반을 이끈다. 자신이 작곡한 곡에서 줄곧 신랄한 기타 플레이를 전개하는 엄인호는 한영애의 2집을 위해 건넸던 '루씰(Lucille)'을 다시 가져와 부르고 있고, '바람인가, 빗속에서'에서는 김현식과 듀엣을 이루어 허스키 보이스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이정선의 경우도 만만치 않다. 특히 몇몇 곡에서 드러나는 그의 노랫말은 자신의 정제된 기타 애드리브처럼 운치를 뽐낸다. 1집에서는 바닷가를 찾아가 상념에 사로잡히더니('바닷가에 선들') 이내 '산위에 올라' 외로움에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는 공허감에 젖어 통기타 반주 위로 '아무 말도 없이 떠나요'를 읊조린다. 마치 방랑자처럼, 그는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색깔로 노래를 하고 있다.

만약 이 앨범에서 가장 이색적인 트랙을 꼽자하면 그것은 바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몫이 될 것이다. 스페셜 게스트로서 이름을 올린 김종진과 전태관은 보사노바 넘버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으로 앨범의 다각 묘사에 기여하고 있다.

두 기타 명인이 이끈 '일렉트릭 블루스 대향연'은 이러한 자태로 한국 블루스의 보물로 남게 된다. 그 뒤 이정선이 빠지고 두 장의 앨범이 발표되지만 아쉽게도 성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공연 활동을 중심으로 긴 명맥을 유지해 온 엄인호의 신촌블루스도 이제는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은 노장 밴드가 되었다. < 신촌블루스 V >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팬들의 기대는 굳건하다. 예전에 얻은 강렬한 전율은 지금도 그들 곁에 생생하게 휘감아 돈다.

-수록곡-
1. 황혼 (작사, 작곡: 김창완 / 노래: 정서용 )
2. 바람인가, 빗속에서 ('바람인가'-엄인호, '빗속에서'-이영훈 / 엄인호, 김현식 )
3. 산위에 올라 (이정선 / 이정선)
4. 환상 (엄인호 / 김현식)
5. 아무 말도 없이 떠나요 (이정선 / 이정선)
6. 골목길 (엄인호 / 김현식)
7.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김종진 / 봄여름가을겨울)
8. 빗속에 서있는 여자 (이정선 / 정서용)
9. 루씰(Lucille) (작사 한영애, 작곡 엄인호 / 엄인호)

2006/02 김두완 (ddoobari@hanmail.net)






아래는 정서용의 독집 노래입니다.



사랑

 
빗속에 서있는 여자


위의 곡들을 들어 보셨나요?
정말 많이 불러본 곡입니다.
엄인호나 이정선이 그렇게도 추구했었던
음악성있는 곡입니다.



비가 내리면 외로운 여자
누구라도 자꾸 그리워 떠나고 싶네
비를 맞으면 그리운 여자
누군가가 흐느껴 울 때 부르는 소리

쏟아지는 저 빗속을 헤매어봐도
만나고 싶은 그 사람은 보이질 않네
헤매어 봐도 머물 곳 없어
쏟아지는 빗속에서 외로워 우네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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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백암아트홀 이정선 공연시
정서용 게스트 출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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