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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켜주지 못하는 그 자리, 고독의 언저리에 앉아 있다.

깊은 어둠을 두드리는 빗방울에 삶의 힘과 비애가 엇갈리고

흐려지는 시야가 닿지 못하는 하늘이, 바람이, 별들이 아득해져

세상은 꿈꾸는 안개섬으로 변하고

홀로 남아 떠도는 섬을 지키고 있다.

그럴 때가 있다.


가슴을 적시고 흐르는 빗물에 살아 있는 현재가 있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과거의 시간들이

죽은 채 무덤속에 잠들어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 세상이 내 곁에 있고,

진실되고 순수한 마음들이 별처럼 내 마음속을 수놓아도

까닭없이 눈물 몇 방울이 빗물로 흘러 바다로 간다.


빛고운 / 빗물로 흘러




나무가 꽃만으로 존재하는가.

뿌리가 있고 줄기가 있으며 가지가 있고 잎이 있어 나무 아니던가.

겨우내 숨 죽이고 있던 나무에서 갖가지 색깔과 모양의 꽃이 피면

그때서야 사람들은 나무에 눈을 돌리고

한없는 사랑과 경탄의 헌사를 바친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나면 그뿐,

나무는 늘 있던 자리로 돌아가

사람들의 눈과 기억의 뒤편으로 물러앉는다.

아니,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는데 다만

사람들이 꽃진 나무에 더 이상 관심과 눈길을 보내지 않는것,

그러니 꽃진 나무가 더 푸른 것을 알지 못한다.


노년도 마찬가지다.

젊음의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진 자리에

푸른 잎을 무성하게 달고 서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새들에게도 앉았다 갈 자리를 내어주는 노년을 우리는

꽃이 졌다는 이유만으로 돌아보지 않는다.

꽃이 아닌 잎을 통해 푸르름을 얻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꽃 피는 청춘의 때에 지니지 못한 것을 비로소 얻게 되는

나이 듦의 선물을 우리는 애써 무시하고 외면하면서

저만치 멀어져간 젊음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못내 잊을 수 없어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아무나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질병과 전쟁과 사고에서 일단 살아남아야 노년을 맞을 수 있다.

같이 중년을 보내고 있는 배우자와 친구들, 선후배들 가운데

과연 몇사람이 살아남아 노년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나이 듦 자체가 얼마나 무겁고 엄숙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러니 꽃만 생각하지 말 일이며,

꽃 진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푸른 잎들에 눈을 돌릴 일이다.


젊음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노년 또한 엄연히 우리 옆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 노년은 다름 아닌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분명하고도 명확한 길이다.


유경 / 마흔에서 아흔까지 중에서 / 녹색 노년을 위하여




삶이란 대문 앞으로 긴 골목길이 지나가는

그런 집에 살아가는 것이라고

불혹에 병 얻어 부쩍 그 생각하네


내 생도 어느새 방 나와 마당에서 서성이는 세월 살고 있으니

방으로 들어가서 다시 잠을 청하기도

문 열고 나가기도 어정쩡한 시간

그냥 마당에 서서 기다리며

저녁을 위해 외등 하나 밝히고 싶네


어두워지면 작은 세상 이루는 불빛 아래

사선 그으며 내리는 사월의 비나

허공으로 펑펑 터지는 십이월의 눈 바라보며

풍경이 있는 고즈넉한 밤 맞이하고 싶네


삶의 주머니에 남아 바스락거리는 시간 만져보며

긴 골목길 뚜벅뚜벅 걸어 찾아오는

운명의 구둣발 소리가 찾아오는 그 밤을

나는 외등 아래 서서 담담하게 맞이하고 싶으니...


외등 / 정일근












-Manijoa 2005 SPRING-
  Wilco - How To Fight Loneliness
     
편하게 듣는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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