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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황정민
2005.09.14 / 이화정 기자

영화배우로서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유달리 다양한 길을 걸어온 황정민. 배우로서 삶에 몰두하려는 그가 이제 관객의 눈물샘에 다가가는 지극한 멜로 <너는 내 운명>을 내놓는다.

"아니 왜 이렇게 연속 출연인가?" 초장부터 시비를 걸어본다. <바람난 가족>에 나왔다 <마지막 늑대>를 한 게 언젠데 <여자, 정혜>에 나오더니 <달콤한 인생>으로 수상까지 했고, 곧장 <천군>을 거쳐 이번엔 <너는 내 운명>이 개봉을 한다. 그도 모자라 불과 2주 간격으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도 줄을 잇는다. 10월부터는 <사생결단>에 출연하려 부산엘 내려간다는 소식까지 들은 참이다. "황정민 미친 거 아닌가 했을 거다. 그런데 따져봐라. 쉴 만큼 쉬었다." 그의 말인즉슨, 한 편 끝나고 한 달은 쉬었는데 배급과 저간의 사정으로 개봉이 겹쳤을 뿐이란다. 그러니까 겹치기 출연은 황정민 사전에 없는 단어다. "나 한꺼번에 두 가지 일 못한다. 하나 하면 앞도 뒤도 안 보고 거기만 매달려야 한다."

"황정민이 눈물 쏙 빼는 멜로영화를 한다니 그 사랑이 선뜻 그려지지 않는다." 또 한번 질문을 던져본다. <죽어도 좋아> 박진표 감독의 신작 <너는 내 운명>에서 황정민은 시골 노총각 석중을 연기하며 다방 레지 은하(전도연)를 사랑한다. 아니 은하를 앓는다. 서른여섯 해 처음으로 알았던 순정,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주변 모든 이가 그 병의 심각함을 알고 그 마음을 놓아버리라고 할 때 석중은 그냥 은하에 대한 순정 말고 다른 건 덮어 버린다. 석중이 되기 위해 15kg의 몸무게를 늘린 황정민은 은하를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고, 은하를 못봐 가슴아픈 속내를 표현하고자 불과 열흘만에 애써 늘린 15kg의 몸무게를 빼 버렸다. 15kg, 석중의 순정만큼의 무게를 빼는 동안 황정민은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살 찌웠다 빼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촬영하러 농촌으로 내려가는 순간, 석중이 이해가 돼버렸다. 뜨거운 햇볕, 들판의 바람, 비료 냄새 속에 사니까 내가 석중이 된 것 같더라." 지난 2월부터 6월, 황정민은 석중을 살았다. 차마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아픈 서른여섯 남자의 순정을 과감히 껴안았다.

그렇게 많은 영화에 출연한 유명인이면서도 아직 지하철 타는 게 낯설지 않다는 황정민은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매번 종잡을 수 없는 유별난 면을 보인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삼류밴드 뮤지션 강수를, <로드무비>의 동성애자 대식을, <바람난 가족>의 뻔뻔남 주영작을, <마지막 늑대>의 깡촌 시골 파출소 고 순경을, <달콤한 인생>의 냉혈 보스 백 사장을 동일 인물로 읊어내기란 쉽지 않다. 황정민은 딱히 그럴 만한 열쇠를 남기지 않는 배우다. 그래서 그의 변신을 평가한다는 건 무의미하다. "나 자신과 안 맞닿게 하려고 스스로 싸운다. 관객들이 황정민을 알 필요는 전혀 없는 거다. 매번 되묻곤 한다. 지금 황정민 같았어, 아니면 석중 같았어? 자꾸 한 발짝 물러나 석중처럼 행동하고 고민하려 한다. 의문하다 보면 황정민이랑 석중이 분리되는 게 느껴진다. 내 배역의 해답은 거기서 생긴다."

열정으로 보자면 벌써 오래전 데뷔했을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늦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2000년 오디션을 통해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발탁된 게 서른이 다 되어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애들은 절대 안 볼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리지 않는다>와 <드레스트 킬>을 보며 영화를 꿈꿨단다. 알아듣지도 못할 프랑스영화들을 문화원에서 봐야 괜시리 뿌듯해지던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극단을 만들어 쫄딱 망했던 시절도 보냈다. 연기가 좋아 대학에서도 연기를 공부한 그의 영화 경력은, 그럼에도 짧다. "<장군의 아들>에 잠깐 출연했는데 그때 내가 많이 부족하다 싶더라. 열심히 해서 자신 있을 때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른 즈음에 오디션을 많이 본 것도 그런 이유다. 지금 소원은 빨리 마흔이 되는 거다. <스카페이스>의 알 파치노처럼 인생을 아는 연기를 하고 싶다. 멋지지 않나. 난 서른에 시작했으니까 서른 중반인 지금은 한창 재미가 붙은 시기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벌벌벌벌' 떨면서 오디션을 보던 배우가 지금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사생결단>의 동료 배우를 찾고자 오디션 심사위원석에 앉게 되었다. 잘 다듬어 깎으면 반짝반짝 빛이 날 배우라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던 임순례 감독의 혜안은 5년이 지난 지금 어디 하나 틀린 구석 없는 사실이 됐다. 그런데 황정민은 지금 다시 처음을 논한다. "처음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에는 현장에 늦지 않았었나, 처음에는 사람들과 어떻게 지냈었지,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잊지 않으려 한다. 사람이 어떻게 안 변하겠나. 누구나 변한다. 하지만 잘 변해야 한다." 이젠 좀 흥행도 됐으면 하는 현실적인 말을 끄집어내다가도, 금세 스파이더맨처럼 가면쓰고 손에서 거미줄 좍좍 뽑아내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황정민. 그는 여전히 배우의 이상을 꿈꾼다.

 무지 귀엽게 노래하네요...
꿈인가요?

 
그대는 썬샤인 나만의 햇살
힘들고 지친 날 감싸줘요
그대 말 못해도 알 수 있어요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그대는 썬샤인 나만 믿어요
행복하게 해 줄게요
변하지 않는 우리의 사랑
끝까지 그댈 지켜줄게요
 
오 나의 사랑 나의 운명
눈을 감아도 느껴져요
그대의 사랑 행복에 겨워
나는 눈물 흘려요
 
오 사랑해요 영원토록
둘만의 여행 떠나요
고통과 슬픔 기쁨과 행복
그대와 함께 할래요
영원히 함께 해요
 
 
 
위의 영상이 동작하지 않으면
음악이라도 들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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