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
저녁무렵,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동생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초라한 차림의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저씨, 자장면 두개만 주세요." "언니는 왜 안 먹어?" "나는 지금 배 아파서 못 먹어. 큰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아이의 여동생은 건너편 테이블에서 엄마, 아빠랑 저녁을 먹고 있는 제 또래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후 영선이 주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한참동안 아이들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영선의 갑작스런 물음에 아이는 어리둥절해 샜다.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아...." "....." 얼굴을 서로 바라볼 뿐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 "한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아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들 사니?" 그녀는 아이들의 어루굴을 하나하나 어루만져 주었다. 굳어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다 줄게."
영선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라. 차 조심하구.... 자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 "네."
영선은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이 저만큼 걸어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영선의 남편이 영선에게 물었다. "누구 집 애들이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은 저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랬군, 그런데 아이 이름과 아빠 엄마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더라구요." "오늘이 남동생 생일이었나 봐요. 자기는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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