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너그러워지고 바람이 분다. 흐트러져있던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 가을이 큰 걸음으로 성큼 다가왔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계절이 주는 감동을 두 배로 느끼고 싶다면 예술의 전당으로 가자. 마음을 살 찌우는 좋은 공연과 별미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예술의 전당이 한 눈에 ‘노멀’
우면산과 예술의 전당을 한 눈에 내다볼 수 있는 야경을 찾는다면 이곳으로 가자. 노멀(Nomal)은 예술의 전당과 마주보고 있는 스카이라운지. 어스름 저녁, 예술의 전당이 서서히 무지개 빛 불을 밝혀오기 시작하면 이 집 자리도 서서히 만석을 이룬다. 창가는 저녁 시간 이후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자리경쟁 치열하다. 주인은 “‘높은 곳에서 선을 보면 성공확률이 높다’는 속설이 있어서인지 이곳엔 맞선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둥을 기준으로 창가 양쪽 자리가 명당”이라고. 밤에는 실내조명 대신 바깥의 야경과 어우러지도록 테이블마다 램프를 켜준다. 프랑스와 일본의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본식게살볶음밥과 해물떡볶이가 추천 메뉴다. 주방장 특제 소스가 들어간다는 일본식게살볶음밥(2만원, 샐러드와 애피타이저 포함)은 기름기 적어 깔끔하고 고소하다. 해물떡볶이(2만원)에는 떡, 어묵, 라면 사리 등 떡볶이 기본 재료 외에 홍합, 새우, 오징어, 한치, 모시조개 등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해물떡볶이라기보다 해물볶음에 떡볶이를 넣은 게 맞을 듯. 파인애플과 토마토, 고추장을 섞어낸 소스는 보기와는 달리 맵지 않다. 커피류 8000~9000원, 빙수류 9000~1만1000원. 바에 앉아 분위기 있게 칵테일이나 와인, 위스키를 즐기려면 8층 ‘루이바’가 좋다. 영업시간은 ‘노멀’ 정오∼오전 2시, ‘루이바’ 오후 7시~ 다음날 오전 2시. 예약필수. 주차가능. 문의 (02)598-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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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크와인 소스와 그레비 소스의 맛이 어우러진 '듀파르' 양갈비구이 |
소박하고 편안한 프랑스 요리 ‘듀파르’
‘등대에서’라는 뜻의 듀파르(Du Phare). 지하 1층은 프랑스식 식당 ‘브라세리 듀파르’, 1층은 아담한 노천 카페를 품은 ‘카페 듀파르’, 4층은 베이커리로 꾸며져 있다. ‘카페 듀파르’는 수제 케이크와 향 좋은 핸드 드립 커피로 단골층 두텁다. 커피(6000~7000원)는 볶은 지 일주일 내 신선한 원두만을 사용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마일드, 스탠다드, 스트롱 등 조절이 가능하다. 구수하고 깔끔한 커피에 어울릴만한 케이크는 4층 베이커리에서 직접 구워 제공한다. 오렌지를 얹은(과일은 계절마다 변동) ‘프루트 치즈 타르트’나 티라미수, 크림치크케이크(조각 케이크 모두 4000원)가 맛있다.
든든한 한끼를 위한다면 ‘브라세리 듀파르’가 좋다. ‘브라세리’ (brasserie)는 간단한 식사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프랑스식 식당. “프랑스인도 감탄하고 간다”는 프렌치 양파 수프(9000원)는 치즈의 부드러움과 양파의 달달함 그리고 쌉쌀한 끝맛을 순서대로 느낄 수 있다. 맛있다고 급히 먹다간 입천장 데기 십상! 포트와인 소스와 그레비 소스로 맛을 낸 양갈비구이(4만2000원)는 육즙과 소스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졌다. 커플이라면 빨간색 벨벳으로 꾸며진 커플 룸을 예약하자. 주요리 2만5000~3만5000원 선. 런치(정오~오후 2시 30분) 2만7000~4만5000원, 디너(오후 6시~오후 8시 30분) 5만~7만5000원. ‘브라세리 듀파르’메뉴에만 10% 부가세가 붙는다. 영업시간 ‘카페 듀파르’ 오전 10시~오후 11시, ‘브라세리 듀파르’ 정오~오후 10시(오후 3시~오후 6시는 잠시 휴업). 주차가능(주차대행 서비스료 1000원) 문의 (02)3474-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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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함만큼은 최강! '더 바 도포' 크랜베리치킨샌드위치 |
숨 쉬는 샌드위치 ‘더 바 도포’
더 바 도포(THE BAR dopo)는 예술의 전당을 안방처럼 드나드는 예술가들과 공연 관계자들에게 입 소문 자자한 샌드위치 전문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겨운 오픈 키친이 눈 앞에 펼쳐진다. 조리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는 덤으로 느낄 수 있다.
유럽식 샌드위치 중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단골들은 크랜베리 치킨샌드위치(1만800원)를 많이 먹는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양상추는 수분이 많아 샌드위치의 맛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퇴출시켰다. 대신 상추와 쌍둥이처럼 생겼지만 상대적으로 수분이 적은 롤라로사를 넣는다. 야채뿐 아니라 신선도를 위해 소스는 물론 마요네즈까지 직접 만드는 것이 이 집의 매력. 샌드위치의 명성만큼은 아니지만 피자나 파스타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화덕에 구운 피자는 1만4800~1만7800원 선. 런치(정오~오후 3시)와 디너(오후 6시~오후 11시)에만 판매한다. 파스타 중 마레 크레마(1만7800원)는 소스가 맑아 느끼함이 적은 것이 특징. 고소한 크림향 속에 해물향이 배어 나와 여성들에게 인기다. 커피 5500~6000원(파스타나 샌드위치 주문시 1500~2000원 할인가에 제공). 와인에만 10% 부가세가 붙는다. 포장 판매는 샌드위치만 가능. 이 집은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재료 준비를 하기 때문에 영업시간이 꽤 까다롭다. 월요일엔 오후 5시~자정, 화요일~토요일엔 정오~자정, 일요일과 공휴일엔 정오~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평일 오후 3시~5시는 재료 준비를 위해 휴업한다. 주차가능. 문의 (02)583-5831
두부 하나로 일대를 평정한 ‘백년옥’
담백함과 고소함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 두부 요리 전문점으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연식 순두부백반에서부터 야채두부비빔밥, 두부제육까지 10가지가 넘는 두부관련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맛을 보고 나면 ‘메뉴 많은 곳치고 제대로 된 음식 없다’는 고정관념이 확∼ 깨진다. 콩비지백반(6000원), 자연식 순두부(6000원), 야채두부비빔밥 3총사가 인기 메뉴다. 자연식 순두부백반은 화학 조미료를 넣지 않고 순두부에 간수만 넣어 간을 해 낸다. 담백하기 그지없고 속 편한 것은 물론이다. 맑은 국물에 보슬보슬 떠 있는 모양이 꼭 국물 있는 달걀찜처럼 생겼다. 얼큰한 순두부찌개를 먹으려면 뚝배기맛순두부(6000원)를 주문해야 한다. 콩비지백반(6000)은 새우젓, 다시마로 맛을 냈다. 16년 한결같은 맛의 비결은 질 좋은 강원도 콩만을 사용해 아침, 저녁 두 번에 걸쳐 두부를 만드는 것. 콩을 갈아 비지랑 섞어 부친 ‘야채로 버무린 콩전’(1만원)이나 매생이생굴전(1만5000원)도 별미다. ‘꼬시∼한’ 콩국에 땅콩, 깨까지 갈아 넣어 고소함이 업그레이드 된 콩국수(6000원)의 인기는 여름 끝물에도 계속된다(아쉽게도 콩국은 포장판매 불가능).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주차가능. (02)523-2860
맛도 앵콜, 영양도 앵콜! ‘앵콜칼국수’
‘백년옥 부설’ 칼국수 전문점. 백년옥의 인기 메뉴였던 매생이칼국수와 팥칼국수가 분가해 앵콜칼국수를 낳았다. ‘앵콜’과 ‘칼국수’의 어색한 단어가 결합된 배경은 이렇다. “이 집 자리에는 원래 칼국수집이 있었는데 한동안 가정집으로 있다가 다시 칼국수집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앵콜칼국수’가 되었다”는 게 주인 아들의 설명. 곁들여 나오는 물김치는 딱 알맞게 익어 시큼한 맛이 일품이다. ‘실크 파래’ 매생이를 듬뿍 넣은 칼국수는 짭쪼롬한 바다 향을 담뿍 담았다. 후루룩 국수를 먹다 이따금씩 씹히는 말랑말랑한 굴은 그 옛날 ‘라면땅’ 속에서 별사탕을 발견한 것처럼 즐거워진다. 쫀득쫀득 찹쌀 옹심이가 푸짐하게 들어간 팥죽은 달지 않아 남녀노소 좋아한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주차가능. 문의 (02)523-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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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채를 우린 육수로 깔끔한 맛, '숙자네' 부대전골 |
예술인들의 사랑방 ‘숙자네’
부대전골로 14년을 이어온 집. ‘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곳이다. 빛 바랜 공연 포스터가 이 집 인테리어의 전부다. 부대전골(1인분 7000원)과 시골돼지생고기(1인분 8500원), 전주콩나물 국밥(5000원) 등 서민적인 메뉴가 주를 이룬다. 부대전골은 재료가 뻔한 음식인 만큼 맛도 거기서 거기겠지만 이 집 부대전골은 뒷맛 깔끔하다고 소문나 있다. 부대전골엔 김치를 넣지 않는다. 육수도 뿌연 육수 대신 야채를 우려낸 맑은 육수를 넣는다. “어느 한 가지의 맛이 강하면 다른 재료 맛이 죽게 된다”는 게 주인 유숙자(48)씨의 생각. 국물은 소시지, 햄, 두부, 미나리, 떡, 쇠고기 등 기본 재료가 내는 맛에 충실한 부대전골이다. 반찬은 오직 김치 한 가지. 강경에서 가져온 잡젓을 넣어 전주식으로 담근 김치는 젓갈 향이 강하다. 여주쌀로 지은 밥은 기름기 좔좔 흐른다. 직접 손으로 썰어 낸 시골돼지생고기도 맛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자정(유동적). 주차가능. 문의 (02)598-5089
시골꽁보리밥 맛 그대로 ‘우면산꽁보리밥집’
일반 음식점처럼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지만 역시 21년 단골들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는 꽁보리밥(5000원)이다. 손칼국수(5000원)가 메뉴에 따로 있지만 꽁보리밥을 시키면 손칼국수는 덤으로 먹을 수 있다. 무김치, 어묵볶음, 김치, 부추절임, 오이무침, 우거지무침, 야채를 털어 넣은 후 고추장 한 숟가락 푹 떠서 쓱쓱 비벼 먹는 꽁보리밥도 맛있지만 곁들여 나온 된장찌개도 실망스럽지 않다. 들어가는 재료는 특별할 것 없지만 직접 담근 장 맛이 이 집 맛의 비결. 돼지쪽갈비와 김치, 콩나물 넣어 끓인 양푼이갈비찌개(1인 8000원, 2인 이상 주문가능)도 먹을 만 하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주차가능. 문의 (02)585-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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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한 만두 맛을 자랑하는 '봉산옥' 봉산만둣국 |
황해도 손맛 그리울 땐 ‘봉산옥’
규모 작지만 최근 예술의 전당 주변 ‘다크호스’로 떠오른 곳. 이 집 주인 윤영숙(48)씨가 황해도 봉산 사리원이 고향인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아 황해도 음식을 선 보이고 있다. 봉산만둣국(6000원)은 배추를 절여 다진 후 숙주, 두부, 쇠고기, 돼지고기를 갈아서 만든 황해도식 손만둣국. 맑은 육개장식 국물에 반달 모양 손 만두가 동동 떠 있다. 만두소는 돼지고기보다 숙주, 배추가 듬뿍 들어가 담백한 맛이다. “양지를 넣고 12시간 끓였다”는 육수는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간이 심심한 편. 주인은 “싱겁게 먹는 사람들이 많아 취향에 따라 간을 맞추라고 조리 시엔 기본간만 한다”고 설명한다. 양지머리국에 콩나물, 김치 송송 썰어 넣고 끓인 김치해장국(5000원)이나 물을 자박하게 해 신파김치를 올려 끓여내는 민물장어파김치쌈(3만5000원), 쫀득쫀득 콩으로 면을 만든 김치말이국수(5000원)도 별미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주차가능. 문의 (02)525-2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