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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지난해 10월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줬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 당시 세화여중 학생들은 집단 백지답안 제출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다.

ⓒ 이경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세화 이름은 내 자랑이었는데 어찌하여 지금은 날 부끄럽게 하나~."

7일 오전 11시 반포초등학교 앞. 80여명의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한 목소리로 '진도 아리랑'을 불렀다. 어느새 2시간이 넘게 최종 징계위원회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있는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에 대한 '응원가'였다.

지난 10월 세화여중 3학년 학생 100여명은 일제고사에 대한 항의의 표현으로 백지답안을 제출했다.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들이 집단으로 백지답안을 제출한 것을 김 교사 탓으로 돌렸다. 김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설명해준 것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학교는 지난해 12월 24일 김 교사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징계 사유는 ▲일제고사 선택권 발언 ▲일제고사 반대 선전 및 서명 ▲백지답안 관련 교육청 특별감사 방해 ▲국가인권위 진정서 제출을 위한 무단조퇴 등 모두 네 가지였다.

김 교사는 이날 오전 9시 징계위원회 출석에 앞서 세화여중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당하게 위와 같은 징계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혔다.

"잘못한 것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잘했다고 생각한다. 더 학생들의 편에 서지 못했다는 게 미안할 따름이다. 징계 사유들이 모두 부당하고 징계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음을 밝힐 것이다. 옳은 것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김 교사가 이토록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의 이면에는 지난 2개월간의 분노와 행복이 함께 있었다.

김 교사는 "정당한 행위를 징계하려는 것만 아니라 당연히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자료요청과 징계위원 기피신청마저 거부하는 그들에게 분노를 느꼈다"며 "하지만 저에 대한 동료 교사, 학생, 지역 주민들의 애정에 힘입어 계속 끝까지 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세화여중 학부모 "아이가 어른들에 환멸 느끼고 있다"





7일 오전 세화여중 정문 앞. 세화여중 재학생이 김영승 교사에 대한 징계 회부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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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애정은 이날도 뚜렷하게 보였다. 김 교사는 이날 징계위원회에서 첫 번째 징계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1월 29일 동료 교사, 졸업생,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도 끝까지 그와 함께 했다.

세화여중 졸업생 이윤정(30)씨는 "비록 김영승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진 못했지만 제 개인사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세화가 이렇게 부끄러운 일을 벌인다는 게 너무 창피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김 선생님이 징계를 받는다면 아이들은 세상의 부조리함을 세화에서 배우게 될 것"이라며 "저의 세화가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김 선생님에 대한 징계 시도를 철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화여중 학부모 안현정(47)씨는 "3학년에 다니고 있는 아이가 이번 일로 어른들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 10월 아이가 백지답안을 내는 것을 허락했다.

"나도 아이가 전후좌우 따지지 않고 공부만 해 성공했으면 하는 보통 엄마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인생을 결정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김 선생님도 나랑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졸업을 해야 하는 제 아이는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선생님이 희생됐다는 부담을 안고 졸업해야 한다. 정말 이번 징계위원회가 아이들을 위한 처사인가?" 세화여중 재학생 천서윤(16)양은 "선생님 수업을 받지 않았던 학생들도 김영승 선생님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선생님은 우리의 질문에 답해준 것뿐이다"고 말했다.

천양은 이어 "선생님이 우리 학생들과 세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신 말씀을 문제 삼아 학교가 이런 결과를 내놓다니 정말 유감이다"며 "학생들은 선생님을 너무너무 사랑하고 있다, 선생님 힘내시고 징계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들의 이런 응원은 고스란히 김 교사가 이날 징계위원회에 제출할 소명 제출 자료에 담겼다.

김 교사는 이번 징계위원회와 관련해 학부모 자필 탄원서 11통, 이사장께 드리는 학생편지 74통, 징계반대학생·졸업생·학부모·교사·지역주민 등 탄원서 2305통, 온라인 탄원 서명 344명, 백지답안 제출 세화여중 3학년 6반·7반 학생 의견서 44통을 얻었다.

징계위원회, 일주일 내 최종 결정 내려





세화여중 학생들이 7일 오전 징계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치고 돌아온 김영승 교사를 마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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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교사, 세화여중 졸업생 및 재학생, 학부모, 지역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세화여중 김영승 선생님 징계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7일 오전 세화여중 정문 앞에서 김 교사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는 학교 재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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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이 다 되서야 끝났다. 징계위원회는 애초 약속했던 자료 열람마저 김 교사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교사는 "중징계를 염두에 둔 악의적인 질의가 이어졌지만 소신을 지켰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징계를 받더라도 반드시 꼭 세화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끝까지 싸울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징계위원회는 이날로부터 7일 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현재 세화여중 졸업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 등으로 구성된 '세화여중 김영승 선생님 징계 저지 공동 대책위'(이하 대책위)는 봄 방학이 시작되는 오는 12일과 13일 즈음에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는 아직 구체적인 방침은 세우지 못했지만 만약 징계 결정이 내려진다면 발표 다음날 오전 10시 최종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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