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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이 노래는 혼자서 침잠해져 있을 때
가만히 어둠을 주시하며 명상에 잠기기 좋은 노래입니다.
눈에서는 조용히 눈물이 흘러 내리고
가슴은 뻐근해 옵니다.
가사를 음미해 보세요...
결혼하여 여러 풍파를 같이 헤쳐오며
기쁜일, 아픈일, 슬픈일을 같이했던 부부의
애절한 이별의 곡이 흐르는데
한 사람은 남고
또 한사람은 가는
아픈 현실을 가슴 깊이 느껴봅니다.....


김광석



여보! 왜 한마디....말이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
.

나는 당신이 텃밭을 돌보는 모양을

마루에 앉아서 지켜볼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농부들은 아마도 모두가 시인이 되어버릴거예요.

쑥갓에 붙은 벌레를 잡거나 달팽이를 집어내고 진딧물을 털어낼 때에도

상하고 죽지 않도록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뭇잎 위에 올려 놓았다가

멀찍이 내다 버리던당신이 좋았어요.

당신도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었겠지요

우리가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어왔던 가치들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아직도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고 있어요.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에 뚫린 길을 걸어 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 건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황석영 ' 오래된 정원 ' 중에서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 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 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 듯 할거야

이 때 나직이 모차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 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 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당신이 버스를 탔을 때, 당신에게 창가에 앉으라고 하는 사람

당신이 발이 아프다고 할 때, 남들 의식하지 않고 업어주는 사람

당신이 보고 싶을 때, 한밤중에 집앞에 가는 사람

당신이 TV를 볼 때, 아무말없이 리모콘을 넘겨주는 사람

당신이 피곤할 때, 아무말없이 어깨를 주물러 주는 사람

당신이 늙었을 때, 당신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사람

당신이 눈을 감을 때, 그 옆에서 살며시 팔베게를 해 주는 사람

늙어서 같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갈 수 있는 사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믿어주는 사람

벌써 내 곁에 있다면 오늘 그 사람에게 말하세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겠다고

그런 사람이 지금 당신의 곁에 없다면 찾아가세요.

어딘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 사람을..































                               -Manijoa 2005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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