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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포 선착장서 차도선으로 1시간30분 거리…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
여름이 절정을 향해 내닫고 있는 8월 초. 많은 도시인들이 피서지로 빠져나가는 휴가철이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몰려드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바닷가나 계곡은 피서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시에 많은 이들이 더위를 피해 떠나다 보니 혼잡함은 당연한 일이 됐다. 하지만 폭염에 더불어 인파에 치이다 보면 기분을 망치기 일쑤다.

▲ 소나무 숲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대빈창 해수욕장 야영장 풍경.

휴가철에도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피서지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일 것이다. 하지만 사통팔달 길이 잘 뚫려 있고 여행정보가 넘쳐나는 IT시대에 과연 그런 곳이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알려진 곳은 백이면 백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접근이 어려운 곳이라야 휴가철에도 한적하다는 결론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용한 휴양지로 안성맞춤인 곳은 바로 섬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특히 남해와 서해에 많은 섬이 몰려 있다. 섬이 한적한 이유는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가까운 큰 섬은 다리로 연결된 곳이 제법 많지만, 아직 대부분의 섬은 배를 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게다가 바닷길은 날씨에 따른 제약이 많아 선편의 운항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다. 여러 모로 불편한 점이 많으니 찾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 대빈창의 잔디밭에서 오토캠핑을 즐기고 있는 전우형씨 가족.

오토캠퍼들은 야영장 바로 앞까지 차량으로 이동해야 캠프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다.
장비의 양도 많고 덩치도 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섬에서 오토캠핑을 즐기려면 조금 귀찮아도 차량을 배에 싣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섬을 오가는 차도선은 수용 가능한 차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휴가철에는 좀 늘어나긴 해도 운항 선편도 한계가 있다.

부지런을 떨어 남들 보다 먼저 선착장에서 도착해야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
그래도 이 편이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씩 서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중국 등 외국 사신 영접했던 해변

▲ 물이 빠져나간 대빈창 해변. 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서해에도 섬이 많다. 그 중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석모도는 이미 인기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 역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라 휴가철에는 번잡하다. 조금 더 멀리 눈을 돌려보자. 석모도 서쪽에 말도, 불음도, 아차도, 주문도가 긴 띠를 이루며 떠 있다. 강화군 서도면을 이루는 이 열도는 하루에 두 차례 정기선이 다니는 조용한 곳이다.


특히 주문도는 서도면의 섬 가운데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가장 마지막에 배가 닿는다. 서도면사무소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아 한적한 이 섬에 대빈창이라는 멋진 해변이 숨어 있다.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이 일품인 곳으로, 호젓하게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대빈창은 조선시대에 중국 등 외국사신을 영접했던 ‘대변청’이 있던 곳이다. 사신들이 조선 땅에 가장 먼저 발을 들여 놓은 곳이 바로 이 해안이다. 해변을 따라 울창한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어 휴양지로 뛰어난 입지를 지녔다. 특히 솔숲 사이에 형성된 널찍한 잔디밭은 오토캠핑을 즐기는 데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대빈창 잔디밭은 놀랍게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가장 넓은 곳은 축구 골대를 설치해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주문도 사람들이 잔디구장이라 부르고 있다. 이 초지는 정규 축구장만한 규모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지만 잔디가 고르고 지면이 평탄해 공놀이 즐기기에 아주 좋다. 해변 바로 옆이라 해수욕도 겸할 수 있다.


잔디구장 외에도 대빈창 해변 곳곳에 잔디밭이 형성되어 있어 캠프사이트로 이용할 수 있다. 오토캠핑 사이트로 알맞은 장소는 진입로 주차장 부근의 잔디밭이다. 화장실, 샤워실, 급수대, 매점 등 편의시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숲속 소나무 사이 공터에도 캐빈텐트를 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여러 곳 있다.


▲ 외포리 선착장에서 주문도행 배에 오르는 사람들.
해변은 소나무 숲과 맞닿아 있다. 캠프사이트에서 30m만 걸어 나가면 바닷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 물론 백사장에 찰랑거리는 바닷물을 만나려면 물때가 맞아야 한다. 썰물일 때는 엄청나게 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2km 밖에 보이는 ‘분점’이라는 무인도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다. 호미와 망태기 하나 메고 10분 정도 걸어 나가 갯벌을 파면 조개를 잡을 수 있다. 물때에 따라 회유성 어종인 숭어 등이 해변으로 몰려들기도 한다.

▲ 주문도 가는 내내 배 주위를 선회하며 과자를 받아먹는 갈매기.

‘주문도’라는 이름은 임경업 장군의 일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조선 선조 때 임경업 장군이 사신으로 중국으로 가던 중, 조선 땅에 마지막으로 발을 떼게 되는 주문도에서 임금에게 하직인사를 올렸다. 그래서 아뢸 주(奏), 글월 문(文)을 써서 주문도(奏文島)라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주문도(注文島)로 바뀌었다.


주문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건물인 서도중앙감리교회가 있다.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주문도는 중국으로 가는 전진기지로서 상당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서양문물이 첫발을 디딘 곳이기도 하다. 영국 성공회 신부들이 최초로 포교활동을 한 곳도 이 섬이다. 서도교회는 1923년 건립된 건물로 서양교회이기는 하나 우리식대로 한옥 모양을 하고 있다. 강화도의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 캠핑장 이용 요령


주문도 대빈창 해수욕장은 마을부녀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야영장 이용료는 텐트 1동 당 15,000원. 하루를 있건 열흘을 있건 1회 사용요금은 동일하다. 화장실과 샤워장 등의 부대시설물 이용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성수기에는 부녀회에서 매점과 식당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판매 물품은 주류, 통조림, 아이스크림 정도. 가격은 육지의 대형마트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성수기에는 각종 생필품을 싣고 다니며 판매하는 트럭이 가끔 야영장을 찾기도 한다. 과일과 야채 등 비교적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어 유용하다. 비수기에는 서도면사무소(032-932-7004)에 편의시설 개방 여부를 문의하면 된다.



⊙ 찾아가는 길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오전 10~11시, 오후 3~4시에 한 편씩 정기선이 운항한다. 배편은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계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는 이용객 증가에 따라 5~6회까지 운항횟수가 늘어난다. 사전에 운항시간을 삼보해운(063-932-6619)에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배를 탈 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어 반드시 챙겨서 간다.


외포항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도착하는 곳이 불음도고 그 다음이 아차도, 마지막이 주문도다. 물때에 따라 아차도와 주문도의 순서가 바뀔 수도 있으니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외포항에서 주문도까지는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며 바다 상황에 따라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주문도까지 차량을 싣고 갈 경우 차종과 배기량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차량의 편도 도선료는 승용 1,600cc 이하 25,000원, 승용 1,600cc 이상과 지프차는 35,000원, 15인승 이하 승합차는 45,000원이다. 운전자 1명이 포함된 요금이다. 일반 승객의 뱃삯은 일반 6,200원, 중고생 5,600원, 만2~12세 3,100원, 65세 이상 4,900원이다.


차량은 외포항에서 주문도로 들어갈 때 편당 24대까지 실을 수 있다. 예약은 받지 않으며 항구에 도착한 순서대로 차를 싣는다. 성수기에는 외포항 불음·주문도 여객선터미널 앞 주차장의 차량 대기선에 주차하고 승선표를 미리 받아둔다. 주문도에서 강화도로 나올 때는 12대(불음도 12대)까지 차량을 싣는다. 성수기에는 부두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라고 하니 일정을 잘 잡아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 글 김기환 기자 ghkim@chosun.com
/ 사진 이상선 차장 sslee@chosun.com


우주네 가족 오토캠핑 체험기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과 함께해서 좋았어요!”


▲ 저녁 준비에 한창인 캠퍼들. 해무가 짙어 시원한 밤이었다.

이번 주문도 캠핑에는 전우형씨(40) 가족이 오토캠핑 체험을 위해 동행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에 먼 섬까지 들어가는 강행군이었음에도, 가족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커다란 텐트도 좋았고, 넓은 식탁과 의자에서 즐기는 여유 있는 캠핑도 특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연과의 만남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한다.


“갈매가 새우깡을 받아 먹으러 따라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주문도로 가는 배 위를 선회하던 갈매기는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큰 아들 우주(9)는 물론, 두 딸과 고교생인 조카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갈매기와 어울렸다. 또한 대빈창 해변의 소나무 숲에서 즐긴 오토캠핑은 도심의 운동장에서 하던 체험학습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갯벌에서 고기를 잡고 조개를 캐던 오후 시간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로 남았다. 이번 캠핑은 전씨 가족에게 짧지만 강렬한 여름휴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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