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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숲속 계곡을 배경으로 긴 플라잉 낚싯줄을 휘두르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햇살을 받아 부서지는 윤슬(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과 허공을 가르는 화려한 낚싯줄, 그 속에 녹아든 인간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흐르는 강물처럼' 계곡을 누비며 던지는 화려한 플라잉 낚시는 아니지만 강에 들어가 물살과 싸우며 자연과 한 몸이 되는 낚시가 있다. 바로 견지낚시다. 300년 전통을 가진 우리 고유의 낚시법이다.


 
불과 70㎝인 짧은 견짓대로 30㎝급의 물고기를 낚을 때의 손의 떨림은 황홀하다. 플라잉 낚시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견주고도 남는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이면 닿는 홍천강은 유속이 빠르지 않아 견지낚시를 즐기기에 좋다. 특히 모래무지, 갈겨니, 누치, 쏘가리 등 10여종의 토종 물고기가 서식할 정도로 물도 맑아 자연과 하나가 되기에 그만이다.

특히 맑은 홍천강물을 이용한 워터파크인 오션월드도 지척이라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매력 만점인 홍천강의 속살을 찾아 떠나보자.


◇자연과 한 몸 되어 즐기는 견지낚시
북한강 지류인 홍천강은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에서 시작해 무려 143㎞를 흐른다.
홍천강의 견지낚시 포인트는 팔봉산유원지수산유원지, 굴지리유원지, 수타사 계곡 등이다. 하지만 홍천강에서 포인트는 별 의미가 없다. 어딜 가더라도 맑고 청정한 물이 흘러내리기에 강을 따라 가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자리잡고 낚시줄을 던지면 된다.

여름의 길목인 지난 주말 홍천강을 찾았다. 홍천군 동면 덕치리 수타사에서 2∼3㎞ 내려온 단봉교 아래. 홍천강 상류인 이곳에는 유리같이 투명한 물이 유유히 흐르고, 강변에는 밟기에 적당한 자갈밭이 펼쳐져 있어 견지낚시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초여름볕에 데워진 강물에는 견지낚시에 푹 빠져 있는 강태공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얼레를 따라 움직이는 미끼에 꼬여 작은 대나무 줄기를 물고 올라오는 물고기의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피라미는 물론 누치, 메기 등 팔뚝 만한 크기의 고기를 낚아 올릴때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서울에서 왔다는 나영식(42ㆍ회사원)씨는 "정적인 일반낚시도 재미있지만 물 속에서 직접 물살을 몸으로 겪으면서 하는 견지낚시는 스릴감에 더 짜릿하다"고 자랑한다.

낚싯대를 드리운 지 5여분만에 나씨도 환호성을 질렀다. 손가락크기보다 더 큰 피라미가 수면위로 파닥파닥 물수제비를 뜨며 올라왔다.

나 씨는 "낚시에 걸린 고기가 끌고 가는 힘이 손에 느껴지는데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이 느낌에 고기를 잡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즐거워했다.


견지낚시는 줄에 달린 추의 무게만 조절하면 강 바닥부터 수면에 사는 고기까지 모두 노릴 수 있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하류 쪽으로 수십 미터까지 흘러간 낚싯줄이 팽팽해지면서 손에 파르르 떨림이 전해진다.

그 짜릿함에 취해 물고기와 씨름하다보면 세상의 시름도 이미 저 멀리 강물따라 씻겨 내려간다. 견지낚시꾼을 일컫어 '강계(江溪)의 신선'이라고 부르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맑은 홍천강 물로 즐기는 짜릿한 워터 파크 오션월드

홍천강에서 맛보는 즐거움은 견지낚시뿐이 아니다. 홍천강물을 정화해 사용하는 워터파크인 대명 비발디의 '오션 월드'도 빼놓을 수 없다.

'오션 월드'의 가장 큰 매력은 실외 파도풀인 서핑마운트. 수문에서 파도가 미치는 곳까지의 거리가 110m, 폭이 120m로 운동장 만한 크기의 야외 파도풀이다.

400톤의 물이 70~75초에 한 차례씩 8개의 수문을 통해 뿜어지면서 높이 2.4m의 초대형 파도를 만들어 낸다. 지난해 1.8m 보다 대폭 높아졌다.

특히 파도가 칠 때마다 뱃고동 소리와 함께 갈매기 울음 소리가 고객들의 비명과 어우러지면서 짜릿한 긴장감을 더해준다.

파도풀 주변에는 이집트 룩소르 신전을 모티브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편의 시설로는 원두막 34동과 해변 의자 600석 등을 갖춰 물놀이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다.

홍천=조용준 기자 3Djun21@asiaeconomy.co.kr">jun21@asiaeconomy.co.kr
◆여행메모
▲가는길=올림픽대로 이용,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넌다. 양평지나 단월명성터널을 나와 양덕원 삼거리에서 왼쪽이 비발디파크다. 파크에서 5분여 산길을 넘어면 홍천강 팔봉유원지다.


▲볼거리=천년 고찰인 수타사가 있다. 맑고 아름다운 계곡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를 비롯한 대적광전, 범종, 후불탱화, 홍우당부도 등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가리산자연휴양림도 들러볼만하다. 숲 속에 사계절 운영하는 산막 18동이 있다.

▲먹거리=홍천읍 하오안리 오안초등학교 앞 국도변엔 화로숯불구이촌이 많다. 강원도 전통화로에 자연 숯불을 넣고 양념한 돼지삼겹살을 얹어 먹는 맛이 일품. 또 홍천강 유원지에는 매운탕을 하는 집들이 많다. 대부분 빠가사리, 꺽지, 메기, 모래무지, 피라미 등으로 매운탕을 끓여낸다.

◆견지낚시 무엇?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낚시기법이다. 외짝 얼레 혹은 파리채 같이 생긴 견지낚싯대는 길이 70㎝ 정도. 이 채에 낚싯줄을 감고 조금씩 늦췄다 당겼다 하면 피라미부터 50㎝의 누치 같은 큰 고기까지 낚을 수 있다.

초보자에게 알맞은 여울(물살이 세게 흐르는 얇은 곳)견지 중 띄움낚시의 경우 얇은 납판을 말아서 단 줄을 흘리고, 낚싯줄을 풀 때마다 한 번씩 끌어당겨 주면 수십m까지 흘러 나간다.

견지낚시는 장비도 싸다. 수십만원 하는 수제품도 있지만 줄을 포함해 5000원 정도 하는 플라스틱 보급형도 있다. 미끼와 밀밥을 담은 미끼통, 낚은 고기를 담는 살림망, 물속에서 몸을 지탱하거나 살림망을 걸어두는 수장대 등이 기본 장비다.

견지낚시는 무릎이나 허벅지 깊이의 수심이 좋다. 강돌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아쿠아 슈즈를 신는 것은 물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구명조끼도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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