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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청담동 문화에 자유분방함을 한 스푼 얹고, 짜릿한 재미가 있는 홍대 앞 거리에 은행나무 한 그루의 여유를 한 스푼 곁들여보자.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보석 같은 기쁨이 가득한 공간,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을 때다.


1 파란색을 메인 컬러로 꾸민 아 프리오리 떼의 상큼한 외관과 창밖 너머로 보이는 유럽풍 벽화는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2 각종 티와 수제 초콜릿은 선물용으로도 판매한다.

나만의 파리를 꿈꾸다 A Priori The
파란색 건물과 간판 그리고 벽화가 인상적인 ‘아 프리오리 떼’에서는 파리지엔이 되어볼 수 있는 호사가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어 기초 과정 이상을 수료한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 챘겠지만 ‘아 프리오리 떼’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새로운 개념의 티 문화를 개척한다’는 뜻이다. 블랙티를 비롯한 허브 티, 향신료를 첨가한 티 중 보디와 향, 어울리는 스낵과 우유와의 조화 등을 표로 작성한 일명 ‘티 테이스팅 노트’를 죽 읽어 내려가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고를 수 있다. 차 한 잔 마시면서 달콤한 디저트 하나 빼놓을 수 없겠다.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공수해오는 수제 초콜릿 9 종과 압구정동 ‘쇼콜라 디’의 김예경 대표가 직접 선보이는 4종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티만큼이나 주력하는 이곳의 스페셜 메뉴. 따끈하게 데운 초콜릿 케이크, 과일을 듬뿍 얹은 크레페와 과일 초콜릿 퐁뒤 등도 일상에 달콤한 쉼표를 선사할 것이다. 이곳의 컨설팅을 맡은 ‘비 마이 게스트’의 최정운 과장은 “창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벽화를 배경으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는 것이 아 프리오리 떼를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7가지 미니 타르트와 수제 초콜릿 두 조각, 홍차 두 잔이 준비되며 기존의 엘레강스한 찻잔 대신 모던한 스타일의 소품으로 연출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점심시간에는 비스트로 스타일로도 변신하는데, 라타투이 미트볼 파스타, 화이트 와인 홍합 핫팟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다.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버거나 파스타, 샌드위치 등을 주문하면 오늘의 티 한 잔과 홈메이드 초콜릿도 서비스로 제공한 다. 저녁에는 와인 한 잔에 곁들일 수 있는 치즈와 과일 플래터, 모차렐라 미트볼 등이 준비된다. 문의 546-8957 영업시간 11:00~24:00


3 파란색을 메인 컬러로 꾸민 아 프리오리 떼의 상큼한 외관과 창밖 너머로 보이는 유럽풍 벽화는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4 생과일 초콜릿 퐁뒤와 함께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과일 크레페.
5 7가지 타르트와 수제 초콜릿으로 구성된 애프터눈 티 세트.


1 유럽풍 선데이 마켓에서 영감을 얻어 편안하게 꾸민 코르크 포 터틀.
2 깔끔한 화이트 톤의 오브제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머그 포 래빗은 가로수길을 지나는 이들의 작은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 두툼한 쇠고기 패티가 인상적인 수제 터틀 버거.
4 당근 케이크와 초콜릿 시럽을 토끼 모양으로 뿌린 래빗 커피.

토끼와 거북이의 2차 대결 Mug For Rabbit, Cork For Turtle
요즘 신사동 가로수길을 거닐면 <토끼와 거북이>의 21세기 버전을 보는 듯하다. 1층에는 분주하게 커피를 나르고 당근 케이크를 만드는 토끼가, 2층에는 기분 좋은 선데이 마켓의 거북이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머그 포 래빗, 코르크 포 터틀’이 하나의 경주장인 셈이다. 이솝 우화에서 경주에 진 토끼는 2008년 신사동 가로수길 레이스에서만큼은 결코 지지 않으려는 비상한 노력이 돋보인다. 1층 머그 포 래빗에서는 간판 메뉴인 ‘래빗 커피’를 비롯해 그 맛이 궁금해서라도 주문하게 되는 ‘와사비 라떼’, ‘진저 라떼’, ‘해장 커피’ 등 기발한 커피 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벌꿀을 넣어 달달하게 만든 해장 커피는 가로수길 일대의 직장인에게 새로운 해장 문화를 선보이기도 한다. 토끼의 주식인 당근 케이크도 빼놓으면 섭섭한 디저트 메뉴 중 하나. 2층 코르크 포 터틀은 편안한 옷을 입고 시끌벅적 즐길 수 있는 유럽의 선데이 마켓을 메인 컨셉트로 했다. 가로수길의 분위기와도 참 많이 닮은 모습이다. 주문이 밀려올 때마다 끊임없이 지글거리는 주방 모습은 주말 장터의 분주함을 그대로 닮았다. 두툼한 쇠고기 패티가 주방장의 넉넉한 인심을 닮은 터틀 수제 버거, 중동의 매콤한 향신료가 구미를 당기는 볶음밥, 칼칼한 홈메이드 양념이 중독성 있는 돼지 등갈비찜 등 자유로운 공간과 딱 어울리는 푸짐한 메뉴가 대부분이다. 시끌벅적한 주방만큼이나 눈에 띄는 공간은 와인 저장고. 테이블에서 복잡한 와인 리스트를 살펴보며 와인을 고르기보다 와인 저장고에 와서 원하는 와인을 직접 가져다 마시면 된다. 딱딱한 와인 리스트보다는 재미난 디자인의 와인 라벨을 먼저 보고 자신이 원하는 와인을 선택하라는 유영지 사장의 독특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트럭 라벨이 인상적인 ‘클라인 레드 트럭 캘리포니아’, ‘클라인 화이트 트럭 캘리포니아’ 등은 코르크 포 터틀의 인기 와인이다.
문의 523-4785 영업시간 10:30~23:00(머그 포 래빗), 11:00~24:00(코르크 포 터틀)


5 완성된 듯 미완성 된 듯한 카페 맨숀의 편안한 매력이 돋보이는 내부.
6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온 주방 도구와 주방 가전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쏠하다.

가로수길에서 만난 작은 도쿄 Cafe Mansion
인테리어 디자이너 주혜준 실장과 추신환 실장이 운영하는 빈티지 카페 ‘카페 맨숀’은 가로수길에 신나는 예술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에서 직수입한 빈티지 소품 컬렉션과 바랜 듯한 가구는 ‘가로수 맨숀’을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이미 눈에 익었을 터. 하지만 카페 맨숀이 개성을 더하는 데는 그 공간과 ‘딱’ 어울리는 메뉴 선정에 있다. 꿀에 절인 레몬을 띄운 레몬티, 유기농 야채와 토마토?베이컨으로 만든 풍성한 BLT 샌드위치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직접 만든 요구르트와 유기농 과일 토핑 역시 다이어트 간식으로 제격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빈티지 소품처럼 먹을수록 당기는 담백한 맛과 깔끔한 세팅이 인상적이다. 저녁에는 해물 떡볶이를 안주 삼아 맥주 한 잔 하는 것도 잊지 말자. 볼일 다 봤다고, 카페 맨숀을 도망가듯 떠나는 것은 이곳을 반만 즐긴 것이다. 빈티지 라디오, 시계, 조명 등을 비롯해 토스터, 주전자 등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주방 소품까지 한자리에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세월의 때가 묻은 소품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문의 3447-6945 영업시간 11:00~새벽1:00(일요일 휴무)


1 한국적인 느낌의 나무 테이블과 화려한 조명이 눈길을 끄는 모던 밥상의 내부.
2 심심한 듯 담백한 맛이 입맛을 당기는 평양식 밀면.
3 새콤달콤한 겨자 소스가 일품인 탕평채.

강남에는 제대로 된 엄마 밥집이 없었다! Modern Babsang
최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들 ‘엄마 손맛’, ‘집 밥’만큼 식욕을 자극하는 메뉴가 또 있을까. 강남에는 제대로 된 밥집 하나 없다고 투덜대는 이들에게 김영희 사장은 한 상 거하게 차려낸다. 이름하여 ‘모던 밥상’이다. “한식이 저평가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모이는 곳에 집 밥을 메인으로 하는 공간을 선보여야겠다고 결심했지요. 홈메이드 이탤리언이며, 시골풍 프렌치를 즐기는 젊은이들이라면 결국엔 엄마 손길이 묻어나는 든든한 밥상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신라 호텔 출신 조리장의 맛깔스러운 미각 세계는 제주도에서 직접 공수해온 갈치와 고등어 요리, 직접 담근 간장 게장 등 다양한 메뉴가 펼쳐진다. 점심시간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단품 메뉴로는 웰빙 돌솥밥이 단연 인기다. 돌솥 전복 비빔밥과 돌솥 육회 비빔밥은 지글지글거리는 소리로 먼저 식욕을 자극한다. 무형문화재 이봉주 선생의 작품인 방짜 유기에 담아 나오는 보쌈김치와 계절 김치도 잊지 말자. 피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쨍’한 맛이 아주 개운하다. 세계가 인정한 다이어트 식인 한식을 파스타 못지않게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모던 밥상만의 매력이다. 평양식 동치미 밀면, 다이어트 동치미 묵밥, 새콤달콤한 탕평채 등은 가벼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구기자를 넣은 홈메이드 식혜로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말자.
문의 546-6782 영업시간 11:30~15:00, 17:00~23:00


4 저녁에는 와인 한 잔 곁들이며 타르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
5 상큼한 과일과 진한 커스터드 크림의 맛을 눈으로 먼저 즐길 수 있는 타르트 스탠드.
6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제철 과일 토핑과 크림으로 만든 듀 크렘 대표 타르트 세 가지. (위부터) 티라미수 타르트, 파인애플 타르트, 딸기 커스터드 크림 타르드.

생과일을 듬뿍 얹은 타르트와 샴페인의 경쾌한 변주곡 DEUX CREMES
뉴욕 소호 거리의 타르트 숍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타르트 전문 숍 ‘듀 크렘Deux Cremes’.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 테이블과 달리 안 쪽에는 몸을 푹 감싸는 클래식한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와인 고수 단계에 접어들면 디저트에도 자유롭게 와인을 매치합니다. 저희 듀 크렘이 표방하는 컨셉트도 그런 것이죠. 타르트 한 조각과 와인 한 잔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블랙홀’ 같은 매치예요.” 듀 크렘의 매니저 류재송의 추천 마리아주는 청포도 타르트와 샴페인이다. 청포도의 높은 산도가 샴페인과 만나 입 안을 상큼하게 정리해주고, 타르트의 크림은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입맛을 당기기 때문이다. 진한 크림치즈 타르트는 풀 보디의 레드 와인과 곁들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동경제과학교 출신의 스태프와 압구정동의 디저트 숍 ‘데세르’의 스타 파티시에 차상헌의 작품이기에 과일과 커스터드 크림, 부드러운 타르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맛을 기대해도 좋다. 기본적으로 치즈 타르트, 몽블랑 타르트 등 총 8~10가지 타르트를 선보이며 딸기 무스 타르트, 청포도 타르트, 파인애플 타르트 등 계절 과일을 올린 타르트가 인기다. 타르트 한 판을 사고 싶다면 하루 전 오후 4시 이전에 예약하면 된다. 문의 512-9854 영업시간 10:00~24:00(일요일 휴무)

 
럭셔리 (2008년 4월호) ⓒ 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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