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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오토캠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진기자협회 오토캠핑동호회 회원들.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 선선한 가을이 왔다. 오토캠핑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다. 하지만 지난 한달 간 겪은 날씨는 우리의 가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폭우가 쏟아지고 몇몇 지역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기상학자들의 경고가 피부에 와닿는 요즘이다.


오토캠핑 성수기를 맞았지만 날씨 탓에 캠퍼들은 고민이 많다. 일기예보는 빗나기가 일쑤고, 불안정한 기후는 언제 폭우를 뿌릴지 모른다. 비가 무서워 캠핑을 못하랴 하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요즘 비는 거의 폭탄 수준이니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날씨가 불안정할 때는 캠프사이트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갑작스런 폭우로 물이 불어도 피해를 입지 않을 야영장을 선택해야 한다. 여름 장마철 캠핑요령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또한 위급상황 발생시 신속히 전파해 대피할 수 있도록 전담 관리소가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이런 조건에 잘 맞아 떨어지는 곳이 바로 자연휴양림이다.



안전하고 편리한 캠핑 보장된 곳


▲ 잠시 비가 그친 사이 찾아도 좋을 숲속 산책로.

9월 초, 비가 내리는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선으로 향했다. 물 맑고 산 높은 정선군은 많은 휴양지가 숨어 있다. 하지만 휴가철이 지나고 비까지 내리는 주말이면 대부분의 휴양지는 문을 닫는다. 폐쇄하지는 않더라도 거의 관리하지 않고 방치되는 수준이다. 이런 때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오토캠프장은 가리왕산 자연휴양림뿐이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오토캠프장은 불안한 일기에도 안심하고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직원이 상주하며 관리하는 곳이라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스템이 확실한데다 시설 역시 국내 최상급이다. 현대식 화장실과 취사장 시설은 기본이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장까지 있다. 안전과 편리함을 모두 갖춘 곳이다.


주말 내내 비가 내릴 거라는 소식이다. 하지만 휴양림 오토캠프장은 이미 반 가까이 텐트가 차 있었다. 이런 궂은 날씨에도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오토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수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시설이 좋고 이름난 야영지는 주말마다 캠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토캠핑이 대중적인 아웃도어 레포츠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가리왕산 캠핑은 사진기자협회 오토캠핑동호회 가족들과 함께했다. 이들은 보도 현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오토캠핑이라는 같은 취미로 하나가 된다. 자연을 사랑하고 즐긴다는 점도 회원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매달 친목도모를 위한 정기캠핑도 진행하고 있다.


▲ 맑은 물이 넘쳐흐르는 청정한 가리왕산 계곡.

빗줄기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에 회원들은 힘을 합쳐 사이트를 구축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타프를 먼저 설치하고 그 아래 장비를 들여놨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오토캠프장의 사이트는 모두 20개로, 사이트 별로 목조데크와 테이블이 하나씩 제공된다. 사이트 사이는 작은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독립된 사이트라 분위기가 아늑하지만 공간 활용에 제한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


사이트의 데크 바로 옆에는 주차 공간이 있다. 여기에 차를 세울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캠프사이트는 더욱 줄어든다. 차량은 취사장 옆 공터에 주차하고, 이 주차 공간에 대형 타프를 설치하면 딱 맞는 크기다. 거실텐트까지 함께 치려면 데크를 이용해야 하는데, 2.5×2.5m인 목조데크의 크기가 약간 애매하다. 캠프사이트를 조금 더 크게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양한 야외활동 가능한 여건 갖춰

▲ 휴양림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숲.
캠프사이트 설치를 마치자 빗줄기가 다시 굵어졌다. 계곡을 타고 오르내리는 바람도 훨씬 심해졌다. 비가 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거대한 가리왕산 줄기로 둘러싸인 계곡이라 집중호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오토캠프장이 위치한 곳은 계곡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위에 자리해 안전하다. 바람만 잘 견디면 큰 어려움 없다.

▲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오토캠프장 전경.

비 오는 날의 캠핑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타프와 거실 텐트로 행동반경이 좁아지는 것은 가족끼리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바쁘게 살아가며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던 이들에게 이런 날에는 대화가 술술 풀린다.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의외로 낭만적이다. 시끄러울 것 같아도 쉽게 익숙해지며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한차례 비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가리왕산 계곡은 고요를 되찾는다. 이런 소강상태를 자연과 교감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계곡 옆 오솔길을 따라 산책을 해도 좋다. 햇볕이 쨍쨍한 날은 느낄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길 것이다. 계곡이나 휴양림 밖의 조양강에서 낚시를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물론 강물이 많이 불었으면 가까이 가서는 안 될 일이다.


▲ 자연휴양림 산책로 변의 작은 돌탑들.

날씨가 좋아지고 길이 미끄럽지 않다면 산악자전거를 타도 좋다. 가리왕산은 MTB 천국이라 부를 정도로 임도가 길게 조성돼 있다. 올해 이곳을 겨냥해 정선까지 운행하는 산악자전거 열차가 생겼을 정도다. 특히 정상 서쪽의 마항치를 기점으로 가리왕산을 한 바퀴 도는 순환임도는 압권이다.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이 순환임도의 거리는 41km에 달한다. 휴양림 매표소와 숙암리에서 순환임도로 진출입할 수 있다.


이 순환임도뿐 아니라 주변 산자락에 여러 가닥 임도가 뚫려 있다. 자연휴양림에서 마항치까지 연결된 16km 임도 외에도, 가리왕산 남쪽 청옥산 일대와 북쪽 백석산∼잠두산 지역까지 수백km에 달하는 임도가 복잡하게 뻗고 있다. 청옥산 방면의 임도는 약 40km로 하루 코스로 적당하다. 이 코스는 휴양림 입구에서 정선쪽으로 5km 가량 떨어진 용탄리로 이어진다.



/ 글 김기환 기자
/ 사진 김영훈 부장


명소
백석폭포

▲ 진부에서 정선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백석폭포.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백석봉 기슭에 조성된 인공폭포로, 오대천 물을 끌어올려 떨어뜨린다. 진부에서 정선쪽으로 오다보면 도로 좌측 강 건너편에 있다.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스러워 지나가는 길에 쉽게 눈에 뜨인다. 오대천 수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폭포 가동을 중지한다.



먹거리
콧등치기 국수


▲ 정선의 별미 가운데 하나인 콧등치기 국수.
정선역 앞에 있는 동광식당(033-563-3100)에서 정선 고유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이 집의 메밀국수는 면발이 굵은 것이 특징이다. ‘후루룩’하며 급히 면을 먹으면 굵은 국수 끝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국수이름도 콧등치기다. 양이 부족하면 공기밥을 서비스로 내놓는다. 값 4,000원. 이 집의 황기족발도 유명하다.

이용요령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오토캠프장에는 총 20개의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데크 사용료는 하루에 8,000원.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의 입장료와 승용차 기준 3,000원(경차 1,500원)의 주차료를 따로 받는다. 숲속의 집과 휴양관은 인터넷(www.huyang.go.kr)으로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오토캠프장에 부속된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등은 별도의 이용료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42번 국도로 안흥, 문재터널을 거쳐 방림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이후 31·42번 공유 국도를 타고 남진하다 평창에서 좌회전, 다시 42번 국도로 멧둔재터널을 지나 미탄으로 간 다음 비행기재터널을 통과한다. 터널을 빠져나와 광하리 지나 정선으로 들어서는 솔치재를 넘기 직전 왼쪽의 가리왕산 휴양림 이정표를 보고 거의 유턴에 가까운 좌회전을 한 뒤 끝까지 직진해 들어가면 휴양림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직후 왼쪽으로 보이는 급한 오르막길을 따라 가면 오토캠프장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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